구름은 매달 수요일마다 세미나를 열어 다양한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부터는 세미나 이름을 COMMunication과 IT를 합친 COMMIT으로 변경해 이어가고 있어요.
12월에는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 ‘일잘러’가 되고 싶은 분들을 위해 Innate 대표 진대연 님(Dave)을 모셨습니다. 생산성 뉴스레터인 당근메일 운영자이기도 하시죠. 어떻게 하면 전략적으로 개인과 팀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대연 님만의 치트키를 물었습니다.
🎤 이 아티클은 진대연 님의 12월 COMMIT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일잘러가 되고 싶었어요
Evernote, flow, Awair, Allganize, Chegg, mmhmm 등 실리콘밸리 회사와 스타트업을 오가며 일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진행하고 있고, 본사는 미국에 있는데 한국 오피스를 담당하다 보니 혼자 일할 때가 많았어요. 거기다 비즈니스 업무를 하다 보니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아 챙겨야 할 게 산더미였죠.
생산성을 높이면 좋겠다는 정도가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회사 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정도였습니다. 생산성 도구를 만드는 회사들에서 일하다 보니 같이 일하는 동료나 선배도 생산성에 관심이 많았고요. 저도 덩달아 일잘러가 되기 위한 방법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습니다.
저 스스로를 일잘러라고 소개하기는 어렵지만, 나름대로 터득한 노하우를 공유해 볼게요. 적절하게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개인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TEA Framework
Time(시간), Energy(에너지), Attention(집중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TEA Framework는 asianefficiency.com에서 알게 되었는데요. 말 그대로 시간, 에너지, 집중력을 잘 관리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Time(시간)
흔히 어떻게 하면 시간을 잘 관리할 수 있을지 여쭤보시는데, 저는 시간은 관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일을 하든지 시간은 흐르거든요. 시간은 늘리거나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시간 자체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그 시간에 어떤 걸 할지 선택하는 거죠.
Solution 1
캘린더에 할 일을 올려놓기
보통 매일 아침마다 투두리스트를 작성하실 겁니다. 일잘러에 관심이 많은 분일수록 투두리스트가 길어질 거예요. 불타는 의지로 시작했지만, 저녁이 되면 끝내지 못한 업무가 많아 마음이 찝찝하죠.
좋은 방법은 캘린더에 할 일을 기록해두는 거예요. 일 하나를 끝내는데 짧으면 30분, 길면 2시간 정도 걸립니다. 투두리스트에 적어둔 일을 캘린더에 올려보면 생각보다 몇 개 못 적습니다.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온전히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에요. 미팅도 해야 하고, 동료들과 스몰 토크도 해야 하잖아요.
해야 할 일을 리스트 형식으로 나열해 두기만 하면 얼마나 걸릴지, 분량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들어요. 현실 감각을 높이려면 캘린더를 활용하시길 추천합니다.
Solution 2
우선순위 정하기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적으니 우선순위를 정해야겠죠. 보통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라는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마감이 있고 급하기 때문에 A(중요하고 긴급한 일)는 어떻게든 합니다. 손에 잘 안 잡히는 일은 바로 B(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예요.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은 미루게 되고 C(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나 D(중요하지도 긴급하지도 않은 일)를 먼저 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나만의 기준이 필요한 이유예요.
Solution 3
일주일 단위로 계획하기
매일 투두리스트를 만들면서 하루 계획을 짜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이렇게 매일 계획을 짜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일주일 단위로 계획하는 걸 추천드려요.
Energe(에너지)
‘정리하는 뇌’라는 책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소개합니다. 두 그룹이 있는데요, A 그룹에게는 쓸데없는 의사 결정을 계속시킵니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글씨를 쓸 때 어떤 색의 펜을 쓸지, 출근할 때 버스를 탈지 지하철을 탈지 사소한 질문을 계속 던지는 거예요. A 그룹은 이런 사소한 선택을 계속한 후 회사에 출근하게 됩니다. B 그룹은 그냥 출근했고요.
A 그룹과 B 그룹 모두에게 중요한 의사 결정을 위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느 그룹이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했을까요? B 그룹입니다. A 그룹은 사소한 일에도 흥분하는 경향까지 보였다고 해요.
일주일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여러분은 아침마다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하고 계시나요? 매일 오전에 계획과 우선순위를 고민한다면 오후에는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떨어지게 됩니다.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는 매일 같은 옷을 입었죠.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니 옷을 고르는 데 에너지를 쏟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Solution 1
그래도 오전이 오후보다 좋다
방해 요소가 적기 때문입니다. 아침에는 다들 바쁩니다. 누가 일을 요청하는 경우가 드물죠.
에너지가 100% 충전된 상태로 시작하다 보니 책을 읽던지 어떤 업무를 해도 집중이 잘됩니다. 저는 평소에 점심 먹기 전에 중요한 일을 끝내두려고 노력합니다. 오전에 중요한 일을 끝내 놓으면 저녁에 기분이 좋아요.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있으면 저녁을 먹거나 퇴근하면서도 행복하지 않거든요. 머릿속에 계속 일이 남아 있어서요. 상쾌한 오후를 위해 아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면 좋겠습니다.
Solution 2
루틴은 에너지를 아낀다
한정된 에너지를 아껴서 중요한 일에 집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흔히 이야기하는 리추얼, 루틴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루틴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케줄 대로 움직이는 건데요, 일종의 습관을 만드는 겁니다. 저는 ‘루티너리’라는 무료 앱을 잘 사용하고 있어요. 루티너리에 아침 루틴을 만들어 두고 플레이하면 초 시계가 흐릅니다. 공부하기 15분, 몸무게 재기 3분, 애플 워치 챙기기 1분 등 아침에 챙겨야 할 것들을 루틴으로 만들어 두었어요. 제가 선택할 필요 없이 정해진 루틴에 몸을 맡기면 됩니다.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쓸 수 있어요.
Attention(집중력)
《초집중》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외부의 방해와 내부의 방해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외부의 방해는 많죠. 집중하고 있을 때 휴대폰 알람이 울리면 당장 확인하지 않더라도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갑자기 동료가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에도 흐름이 깨질 수 있고요.
사실 외부의 방해는 막을 수 있습니다. 휴대폰은 방해 금지 모드를 켜면 되고, 동료에게는 코어 타임을 존중해 달라고 사전에 부탁할 수 있죠.
내부의 방해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스멀스멀 딴 생각이 피어오르는 경우입니다. ‘내가 공과금을 냈었나?’, ‘출근할 때 불을 껐나?’ 등이죠.
Solution 1
일에 긴장을 주는 타이머
일에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솔루션으로 ‘뽀모도로’를 추천합니다. 뽀모도로는 이탈리아어로 토마토를 뜻해요. 토마토 모양의 주방 타이머를 활용한 집중력 관리 도구입니다. 독일의 한 개발자가 25분으로 맞춘 뽀모도로 타이머가 돌아가는 동안 1가지 일만 결정하는 걸 팁으로 소개하면서 알려졌어요.
요즘은 뽀모도로 앱도 많습니다. 보통은 25분 동안 집중하고 5분 동안 휴식한 다음 다시 25분 동안 집중합니다. 한 사이클이 30분이 되는 거죠. 저는 하루에 최소 6번의 사이클을 돌리는 게 목표입니다. 3시간이죠. 여러분들도 하루에 몇 개의 뽀모도로를 완성할지 목표를 세우면 좋은 동기부여가 될 거예요.
저는 ‘Pomofocus’라는 웹 앱이나, ‘Session: Pomodoro Focus Timer’ 앱을 자주 사용합니다. 특히 Session은 캘린더와 연동할 수 있어서 뽀모도로로 집중하는 와중에 미팅을 까먹지 않도록 챙겨줍니다. 뽀모도로 앱이나 유튜브는 워낙 많아서 마음에 드는 툴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Focusmate’라는 흥미로운 서비스도 있습니다. 집중이 필요한데 뽀모도로를 켜도 잘 안될 때 사용하면 좋은데요. 원하는 시간을 입력하면 랜덤으로 한 분을 배정해 줍니다. 그 시간 동안 그분과 캠을 켜두고 각자 할 일을 하는 거죠. 일종의 스터디 메이트입니다. 저는 캐나다에 계신 교사분과 매칭된 적이 있어요. 1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그분은 본인 리포트를 작성하시고, 저는 제 할 일을 했습니다. 캠을 켜둔 상태라 긴장되더라고요. 가끔 ‘Focusmate’로 텐션을 주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Solution 2
한 번에 한 가지만 집중하라
우리의 뇌는 멀티태스킹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어떤 업무에서 다른 업무로 옮겨갈 때 스위칭 코스트가 발생하죠.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다른 일을 한 다음 돌아오면 어디까지 했는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멀티태스킹이 많아질수록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거죠.
Solution 3
일을 25분 단위로 쪼개기
엄청 큰 돌멩이도 잘게 쪼개면 부술 수 있듯이 25분 단위로 일을 쪼개면 좋습니다. 일을 쪼개면 더 쉽게 해치울 수 있지만, 일을 하는 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측정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저는 매주 ‘당근메일’이라는 생산성 뉴스레터를 작성합니다. 뉴스레터를 쓸 때도 25분 단위의 뽀모도로를 활용하는데요, 장점은 뉴스레터를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거예요. 딱 7개의 뽀모도로, 3시간 반이 걸리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오늘 남은 시간을 보고 글을 다 쓸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어졌습니다.
이 모든 프로세스를 돕는 할일관리 앱이 정말 많아요. Microsoft To Do, Google Tasks, TickTick, Todoist, Sunsama 등 무궁무진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Akiflow라는 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팀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미팅은 이렇게 하자
여러분의 미팅은 안녕하신가요?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도 몇 가지 미팅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모든 미팅에는 리더(주재자)가 있어야 한다’, ‘미팅은 명확한 목표와 구조가 있어야 한다’, ‘정보 공유나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미팅에도 주재자가 있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에만 미팅을 한다’ 등인데요. 공통점은 꼭 필요한 회의, 적극적인 회의, 혁신적인 회의를 지향해야 한다는 거예요.
Solution 1
사전 회의록을 미리 공유하기
미팅 전에 미팅 목표, 미팅에 필요한 정보, 미팅 의제, 액션 리스트를 팀원 모두에게 미리 공유해야 합니다. 잘 모르겠으니 일단 만나서 이야기해 보자는 식의 미팅도 많은데요, 이런 미팅이 많아질수록 시간과 에너지가 과하게 소모됩니다.
사전 회의록을 정리하다 보면 미팅이 필요 없어지기도 해요. 동료한테 자료를 요청하거나 메신저 커뮤니케이션만으로 끝낼 수 있기도 하거든요.
사전 회의록이 없거나, 정보 공유만 필요할 때, 회의의 목적과 예상 결과가 명확하지 않을 때는 미팅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Solution 2
쓸데없는 일을 줄이고
가치 있는 일을 늘리세요
필요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줄이세요. 만약 슬랙을 사용하신다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하시겠지만, 코어 타임에는 알림을 끄고 나중에 답변하는 걸 추천합니다.
반복되는 업무와 커뮤니케이션은 자동화하거나 줄이는 게 팀의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We’re all the same,
but different
지금까지 말씀드린 TEA Framework와 미팅 방법이 100% 우리 팀에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한테 맞는 무기나 시스템을 만드는 게 생산성을 높이는 데 가장 좋아요. 일잘러가 되는 비결이기도 하고요.
회사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분들을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대단한 생산성 도구를 활용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들만의 시스템이 있었어요.
일이라는 게 학교생활하고는 좀 다르잖아요. 학교에서는 혼자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면 되지만, 일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거니까요. 주니어 분들에게 종종 발견되는 현상은 어떤 일을 혼자 안고 끙끙거릴 때가 많다는 건데요. 핵심은 문제를 푸는 겁니다. 주변에 미리 풀어본 선배나 전문가들이 있으니 회사 안이든 밖이든 만나서 네트워크를 쌓아 보세요. 훨씬 일하기 쉬워질 겁니다.
생산성은 같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먼저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같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하는 것보다 오늘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을 끝냈을 때가 더 행복하잖아요. 나만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생산성을 높여보세요. 여러분의 진짜 ‘생산성’을 응원합니다.
Edit Sunny Design L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