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름 콘텐츠 마케터 써니입니다.☀️ ‘개발 언어로 심리 테스트를 만들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많은 관심을 보내주신 덕에 소소한 테스트 제작기를 정리해보려고 해요.
나와 가장 닮은 개발 언어 테스트는 개발자 없이 콘텐츠 디자이너 티모와 힘을 모아 만들었어요. 감사하게도 시즌 1은 2만 명이나 참여해주셨습니다. 지금은 시즌 1을 업그레이드해 시즌 2로 진행하고 있어요.
무슨 테스트를 시즌 2까지 제작하나 싶으실 수도 있지만, 시즌 1을 진행해 보니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명확해 개선하고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심리 테스트는 단발성으로 이용하는 콘텐츠이다 보니 기존 테스트를 그대로 수정하기보다는 새롭게 제작하는 편이 바이럴에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해 기획, 툴, 디자인 등을 다듬어 새 시즌으로 출시했어요.
시작은
부캐, 꽃말, 성향, 운세 등 수많은 심리 테스트들이 넘쳐나고 있죠. 저도 심리 테스트가 보이면 꼭 한 번씩 해보는 편이었습니다. 그중 브랜드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테스트들을 눈여겨보다가 구름도 활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예전만큼 많이 바이럴 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간단하게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에는 심리 테스트만한 방식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부담 없이 도달하기에도 좋고요.
처음부터 개발 언어로 테스트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어요. 개발자 유형 테스트(일명 개BTI), 구름EDU 기숙사 배정 테스트, 개발 퍼스널 컬러 찾기 등 다양한 아이데이션을 진행했죠. 고민 끝에 2가지 주제로 범위를 좁혔습니다. 첫 번째는 개발자 MBTI, 두 번째는 나와 가장 닮은 개발 언어 테스트였어요.
개발자 MBTI는 비슷한 테스트가 많이 있어 제작이 쉽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그만큼 흔하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나와 가장 닮은 개발 언어 테스트는 무생물인 개발 언어에 성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작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어떤 곳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고유한 테스트라는 게 큰 메리트였죠. 스쿼드 구르미들에게 투표를 받았고, 압도적인 득표로 ‘나와 닮은 개발 언어 테스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목표는
개인적으로도 처음 만들어 보는 테스트이고, 구름도 처음 시도하는 콘텐츠인 만큼 엄청난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습니다. 10만, 20만 이용자를 달성해 보자는 정량적인 목표보다는 재미있는 콘텐츠로 구름을 알려보자는 의미가 컸어요.
기획 포인트는 3가지로 정했습니다.
- 색다른 콘텐츠로 구름을 알려보자
- 개발 언어를 유쾌하게 소개해 보자
- 개발자와 비개발자 모두가 즐길 수 있게 만들어보자
결과는
시즌 1은 총 21,000여 명이 참여해 주셨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한동안 행복했습니다. 그럼에도 시즌 1은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 타입폼 툴의 한계
시즌 1은 ‘타입폼’이라는 툴을 이용해 제작했습니다. 구름 내부에서 설문 조사 등으로 이미 활용하고 있는 툴이었죠. 타입폼은 자체적으로 많은 서식을 제공하고 있어 퀴즈나 게임, 유형 테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심리 테스트가 아닌, 설문 조사를 목표로 설계된 툴이라 한정된 공유 API, 아쉬운 레이아웃 등 몇 가지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응답 수가 늘어날수록 지불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너무 컸죠.
- 구름EDU와의 연관성 부족
시즌 1을 출시한 후 ‘구름’이나 ‘구름EDU’의 아이덴티티가 잘 담기지 않은 것 같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테스트를 통해 구름을 알리는 게 가장 큰 목표였던 만큼 전반적인 디자인이나 랜딩 페이지, CTA 문구 등을 세심하게 기획해야겠다고 생각했죠.
- 8개 언어를 16개 MBTI에 분배
시즌 1은 결과 언어를 8가지만 준비해 서로 다른 MBTI임에도 같은 결과지를 보여줘야 했습니다. MBTI로 테스트 로직을 설계하기로 했으면 처음부터 16가지 언어를 준비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어요.
그래서 시즌 2를 만들었어요
‘나와 가장 닮은 개발 언어 찾기’를 구름만의 고유한 콘텐츠로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해 시즌 1의 아쉬운 점을 보완해 새롭게 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떻게 작업했는지 순서대로 살펴볼까요?
1. 제작 툴 결정
아무래도 저는 개발 지식이 1도 없는 마케터이다 보니, 코딩 없이 심리 테스트를 제작할 수 있는 툴이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푸망, 도다 등 유형 테스트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가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저는 그중 웹, AI, RPA를 코딩 없이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인 ‘웨이브온’을 선택했습니다. 무료이지만 상업적 사용이 가능하고 디자인 커스텀, GA 연동 등도 가능해요. 비개발자가 바이럴 콘텐츠를 만들기에 더할 나위 없는 플랫폼이죠.
2. 언어 별 설명 및 특징 정리
가장 먼저 16가지 프로그래밍 언어를 정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조사하다 보니 언어 종류가 정말 많더라고요. 프로그래밍 언어 순위 조사와 주변 개발자분들의 의견을 참고해 최종 언어는 C, C#, C++, Java, JavaScript, TypeScript, Kotlin, Assembly, Go, PHP, Python, Rust, Ruby, Swift, Dart, R로 선정했습니다.
MBTI마다 성격이 다르듯 프로그래밍 언어도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각 언어를 공부하는 과정도 필요했어요. 개발자 뿐만 아니라 비개발자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여야 하기에 객체 지향, 컴파일 등 다소 어려운(?) 개념은 제외하고, 언어 별로 뚜렷한 특징만 정리했습니다.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어요.
언어별 설명과 특징이 담긴 결과지는 개발자분들께 크로스 체크를 요청드렸습니다. 재미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3. MBTI 별로 언어 분류
16가지 MBTI에 맞게 언어들을 분류했습니다. 며칠 동안 MBTI 특징만 찾아보며 3번 정도는 바꾼 것 같아요.
C(ISFJ), C++(ESTP), C#(ISTP), Java(INTP), Javascript(ESFJ), Typescript(ISTJ), Kotlin(ENTJ), Assembly(INTJ), Go(ENFJ), PHP(ISFP), Python(ENFP), Rust(INFJ), Ruby(ESFP), Swift(ENTP), R(ESTJ)
그냥 ‘인간 Python’, ‘인간 Java’라고 하면 심심하니 앞에 ‘알잘딱깔센 프로일잘러’, ‘너 혹시 뭐 돼…? 자존감 TOP’과 같은 문구도 추가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기분 상하시지 않도록 장점 위주로 강조했어요. 호기심이 생겨 더 알아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하단에는 언어에 대한 설명과 관련 강좌를 덧붙였습니다.
4. 문제 제작
시즌 1은 특별한 스토리 없이 ‘E-I’, ‘S-N’, ‘T-F’, ‘J-P’ 별로 흥미 있는 문항을 선정했다면, 시즌 2는 나름 스토리를 부여해 봤어요. 기나긴 취준 끝에 구름에 합격해 뉴-구르미가 되어본다는 흐름으로 문항을 구성했습니다. 주로 업무를 할 때 벌어지는 상황을 가정한 선택지를 구성했죠.
문항을 만드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어요. 많은 심리 테스트들이 대부분 MBTI 테스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참고할 소스가 많았습니다. 기존 심리 테스트를 참고해 문제를 만든 다음, 스토리에 맞춰 다듬었죠. 준비하면서 심리 테스트를 50개는 해본 것 같습니다.
5. 로직 설계
타입폼을 이용할 때는 각 질문의 답변을 선택할 때마다 일일이 답변에 가까운 성격의 유형에 점수를 더해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직접 로직을 설계해야 했죠. 수학적 머리가 부족했던 저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웨이브온은 ‘MBTI 심리테스트’라는 퀵 세팅 포맷을 제공하고 있어 별도의 로직 설계 없이 편하게 이용했습니다. 결과 데이터도 MBTI 별로 정리되어 있어 내용만 바꿔 적었어요. 로직을 짜느라 머리 아팠던 과거에 인사하고 감탄하면서 사용했습니다.
6. 기승전 디자인!
문제부터 로직, 결과까지 완성됐으니 남은 건 디자인! 구름 최고 금손 디자이너 티모와 함께 구름EDU의 아이덴티티를 듬뿍 담아 완성했습니다. 웨이브온은 레이아웃부터 버튼 구성까지 자유롭게 커스텀 할 수 있어 좋았어요. 준비한 언어 일러스트와 설명, 잘 맞는 언벤져스 조합, 상극인 대환장 조합, 관련 강좌를 한 군데 모아 한땀한땀 결과지에 담았습니다.
만들어 보니
심리 테스트 제작은 처음이었지만 비개발자도 사용할 수 있는 좋은 툴이 많아 쉽게 만들 수 있었어요. 전체 타임 라인 중 기획 단계가 절반 이상이었죠. 그래도 콘텐츠 자체가 흥미로워 즐겁게 진행했습니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이번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얻은 가장 큰 인사이트입니다. 구름의 문화 중 하나이기도 하죠.
심리 테스트 포맷은 모두 비슷합니다. 문제 – 결과 – 설명 – 잘 어울리는 조합 – 안 어울리는 조합 – 관련 랜딩 페이지 – 공유하기 – 다시하기 순이죠. 차별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은 콘셉트, 디자인, 재미있는 밈을 녹인 문제나 공유하고 싶은 결과 정도입니다.
제작 전에는 개발 언어라는 콘셉트가 지루한 건 아닐지, 심리 테스트 유행이 너무 지나버린 건 아닌지 걱정이 많았어요. 처음 제작하는 심리 테스트이다 보니 완벽하게 하고 싶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죠. 지나고 보니 완성하는 것이 완벽하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도전이라도 해 보지 않았다면 약 2만 분에게 구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뻔했으니까요.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다양한 콘텐츠 포맷을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참여해 주신 분들이 남겨주신 커뮤니티 글이나 블로그 후기를 볼 때마다 눈물 한 방울 흘렸습니다.🥲 닮은 언어가 실제 공부하고 있거나 사용하고 있는 언어라는 댓글을 볼 때 가장 뿌듯했어요.
ANYONE CAN CREATE!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시다면 심리 테스트를 고려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우리 브랜드나 제품과 적합한 테스트를 제작하신다면 든든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다들 어떤 언어가 나오셨는지 궁금하네요. TMI지만 저는 ‘모르면 간첩 인싸 재질 인간 Go’랍니다. 모쪼록 시즌 2도 편하게 즐겨주세요!
Edit Sunny Design Ti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