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유저 10명 중 4명이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이하 LoL)를 플레이합니다. LoL은 e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죠. 그 성공의 중심에는 ‘비결’이 있습니다. 바로 ‘플레이어 중심주의’인데요.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란 신간에서 그 비결이 소개됐습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LoL을 어떻게 글로벌 게임으로 성장시켰을까요? 플레이어 중심주의, 즉 ‘고객 중심’을 조직문화로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었을까요? COMMIT에 앞서 전 라이엇 게임즈 한국 초대 지사장이자 미국 프레지던트로 활약하신 오진호님을 만나 그 비결을 먼저 들어봤습니다.
반갑습니다. 진호 님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비트크래프트 벤처스(이하 비트크래프트)에서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오진호입니다. 이전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에서 코리아 대표 및 아시아 대표로 일했습니다. 미국 본사 사업총괄 대표와 회사 최고 경영진으로도 근무했고요. 그 전에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 한국 대표로 있었습니다.
현재 비트크래프트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미국계 글로벌 벤처캐피탈 회사 운영에 참여하는 멤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게임 회사 위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를 모시는 역할도 하고 있고요.
처음부터 게임 업계에 종사하셨나요?
줄곧 게임 업계에 있진 않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제 커리어 옵션에도 없었고요. 전략 컨설팅 펌(Consulting Firm)에서 일할 당시, 문득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의외로 게임이 가장 먼저 생각났는데요. 학창 시절부터 좋아하던 게임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지는 강력한 동기가 되더라고요.
당시 국민 게임이었던 <스타크래프트>를 개발한 미국계 회사인 블리자드는 제게 꿈의 회사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이름 정도는 알만한 게임이죠. 게임을 즐겼던 저는 게임이 다음 시대의 라이프 스타일이자 문화가 될 거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거든요. 사업적으로도 게임이 미래를 주도할 거라 판단했고요. 감사한 기회로 블리자드와 연이 닿아 마케팅 상무로 일하기도 했죠.
그 당시 라이엇 게임즈는 이름 없는 신생 게임 개발사였을 텐데요. 전성기를 누리던 블리자드에서 라이엇 게임즈로의 이직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게임 업계 종사자로서, 또 게이머로서 오랫동안 ‘갈증’이 있었어요. 일반적인 게임 회사들은 플레이어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라이엇 게임즈는 달랐습니다. 공동 창업자인 마크 메릴(Marc Merrill)과 브랜든 벡(Brandon Beck)의 삶 자체가 곧 ‘플레이어 중심주의’였습니다. 코어 게이머를 위한 회사를 만들자가 라이엇 게임즈의 미션이었죠.
미션 중심으로 모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문화를 지켜보며 제가 느꼈던 갈증이 해소될거라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확신이 서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결심했죠.
라이엇 게임즈의 미션이자 문화인 ‘플레이어 중심주의’란 무엇인가요?
“회사의 주인은 플레이어고, 나의 상사도 플레이어입니다.” 마크와 브랜든이 늘 강조하는 말입니다. 10년 넘게 들은 이야기예요. 플레이어 중심주의는 라이엇 게임즈의 미션을 관통하는 철학이자 가치입니다. “이것은 플레이어 중심주의에 부합하는가?”라는 단 한가지의 기준이 모든 업무에 실존하며 결정과 행동을 좌우합니다.
COMMIT에서 많은 ‘플레이어 중심주의’ 사례를 들려주실 건데요. 인터뷰에서는 대표적인 플레이어 중심주의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해줄 수 있을까요?
라이엇 게임즈는 ‘Support or Feed’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1년에 한 번씩 구성원들이 CS(Customer Service) 업무를 담당해요. 바쁜 상황에서 CS까지 처리하는 게 버거울 수 있지만, 공동 창업자 마크와 브랜든은 모든 구성원이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된다고 강조합니다. CS를 경험한 대부분은 구성원은 “하길 너무 잘했다”라고 하죠. 플레이어와 소통하며 고객의 요구를 직접 들을 수 있어 좋았고, CS 담당자의 노고도 알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멋진 문화라고 생각해요.
CS 이외에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플레이어를 잘 파악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FGI, 설문을 진행하는 건 당연하고요. 고객을 잘아는 사람이 고객 상대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창업 초기에는 코어 게이머를 주로 채용했습니다. 코어 게이머여야 플레이어를 100%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개념적인 이해와 진심으로 아는 건 다르니까요.
구성원들에게 게임 플레이를 권장한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게이머와 소통을 위해서였어요. 라이엇 게임즈 구성원은 출근 후 원할 때면 언제든 게임을 즐깁니다. LoL뿐 아니라 배틀그라운드, 디아블로 등 타사 게임도 하죠. 대신, 게임을 하며 게이머들과 적극 소통하라고 당부합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이런 문화를 우려해요. 내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으니까요. 일이 아니라 딴짓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이러한 문화를 만든 것은 그래야 플레이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이머를 이해하는 시작이라 믿었거든요. 직원이 직접 고객이 되는 거죠. 그 결과, 개발자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플레이어’에 대해 얘기할 수밖에 없는 문화가 만들어졌죠.
플레이어 중심주의를 강조한다고 해서 문화가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떻게 문화로 만들 수 있었나요?
문화가 되냐, 안 되냐는 ‘실천’에 달렸습니다. 해야 할 것을 실행하는지, 안 하는지. 또 꾸준히 하는 지, 안 하는 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건강을 목표로 운동하고 식단 조절을 하지만 막상 해보면 쉽지 않아요. 하지만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본인만의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갖게 됩니다. 따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실천’이 중요합니다. 플레이어 포커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플레이어 포커스가 문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애플과 테슬라는 탑다운, 구글은 바텀업 문화의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데요. 라이엇 게임즈가 바텀업, 자율 문화를 지향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떤 문화가 맞고 틀리다는 건 없는 것 같아요. 탑다운이냐 바텀업 조직문화이냐는 창업자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예요. 마크와 브랜든은 매우 ‘오픈’된 분들이고 권한 위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말로써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죠. 구성원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그들이 결정을 하게 하는 문화를 만들었어요. 덕분에 구성원이 주체적으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죠. 라이엇 게임즈가 ‘자율’을 존중하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 더 많은 이야기는 10월 25일 개최되는 COMMIT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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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IT은 COMMUNICATION과 IT의 합성어로 한 달에 한 번 수요일에 기술, 개발, 성장, 조직 문화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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