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상상을 합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사무실에서 바다로 순간 이동하는 거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구름 커뮤니케이션 팀이 판교 빌딩 숲을 벗어나 물 맑고 공기 좋은 제주로 출근하게 됐어요.
우리는 휴식을 통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습니다. 쉬면서 만든 에너지로 몰입해서 일하면 다시 여유를 갖게 되죠.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요. 이 사이클을 빠르게 굴러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워케이션’입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친 말로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장소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일과 일상이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의 ‘워라블(Work-Life Blending)’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주목 받고 있어요.
구름도 워케이션을 도입했습니다. 일에 집중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푸른 바다가 보이면 순간적으로 리프레시가 되면서 다시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동기부여에는 여행만 한 게 없으니까요. 한편으로는 새로운 일의 형태를 실험해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워케이션은 구르미의 에너지 충전과 팀워크 향상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개인이 아닌, 팀 혹은 스쿼드* 단위로 떠난 이유죠. 팀원들과 여행을 떠난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길 바랐습니다.
☝️ 팀? 스쿼드?
구름에는 팀과 스쿼드가 있습니다. 팀은 비슷한 직군이 모인 조직으로 구성원 간 활발한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만드는 조직이에요. 스쿼드는 제품을 개선하고 관리하는 조직입니다. 고객 중심 사고를 바탕으로 같은 미션 아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커뮤니케이션 팀은
제주로 출근합니다
지난 9월 13일부터 9월 16일까지 구름 커뮤니케이션 팀원 7명이 제주로 떠났습니다. 숙소는 서귀포시 성산읍에 위치한 곳인데요.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숙소, 카페, 바닷가 등 다양한 공간에서 일하며 함께 생활하게 됐어요.
워케이션 규칙은 간단합니다.
- 팀원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 업무 진행
-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
3박 4일 동안 팀워크를 높이는 데 집중한 만큼 개인 업무보다는 프로젝트 업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프로젝트 업무 외에는 각자 자유롭게 개별 업무를 진행했어요.
커뮤니케이션 팀은 구름의 가장 앞단에서 플랫폼과 비즈니스, 브랜드 메시지를 구축하면서 고객과 소통하고 있어요. 마케팅, 브랜딩, 그로스 해킹, 콘텐츠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죠. 팀 특성상 타 직군과 협업도 많습니다.
모든 팀원이 숨 가쁘게 달려온 와중에 정말 워케이션이 일과 삶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제도인지 궁금했어요. 커뮤니케이션 팀 구르미는 무엇을 기대하고 제주로 떠났을까요?
Jake : 일에 대한 자체 회고를 진행하는 기회로 삼고 싶어요. 사무실에서 반복적으로 일하다 보면 경직된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요. 워케이션을 떠나서도 똑같이 일하지만, 공간이 변하면 이를 해소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Vivi : 일과 휴식은 공간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워케이션을 통해 이 생각이 바뀔지 궁금합니다. 재택근무의 장점은 인정하지만 집은 오롯이 쉬는 공간이었으면 좋겠거든요.
Sunny : 생산성의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요. 워케이션이라는 제도 자체가 새로운 일의 형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정말 명성처럼 새로운 공간이 주는 변화가 있을지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WORK
따로 또 같이
3박 4일 동안 출근 시간은 자유롭게 활용했습니다. 오전 8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 출근했어요. 팀원들과 함께 떠난 워케이션이지만, 오전 시간은 편하게 개인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각자 다양한 개인 업무를 진행했는데요. 1:1 미팅을 하기도 하고, 전체 서비스 지표 점검을 하거나 다음 분기를 준비하고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판교 오피스에 있는 구르미와 화상 회의를 하면서 진행하던 업무를 이어가기도 했고요.
개인 업무를 처리하며 틈틈이 프로젝트 업무도 함께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팀은 머리를 맞대고 구름 서비스의 페르소나를 고민했어요. 가장 앞단에서 고객과 소통하는 팀인 만큼 일관성 있는 메시지로 제품을 알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죠. 커뮤니케이션 방향성을 다시 한번 맞추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출발하기 전 걱정과 달리 업무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는데요. 업무 생산성에는 변화가 있었을까요?
Ian : 어디서 일하는 지보다 어떻게 일하는 지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출·퇴근 시간 동안 소모하는 에너지를 업무에 쏟을 수 있어 오히려 효율이 올라간 것 같아요.
Jake : 확실히 팀 단위로 고민할 수 있는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꼈어요. 방해 요소가 적어 온전히 해당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었거든요.
Sunny : 평소보다 능률이 오른 것 같아요. 얼른 잔업을 마치고 제주를 즐기려면 집중력을 높여야 했거든요. 할 땐 하고, 놀 땐 노니 좋습니다.
VACATION
스트레스는 수용성
제주도 하면 바다, 바다 하면 제주도죠. 업무 시간이 끝난 후 40여 분 동안 성산일출봉을 오르며 오피스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쉬기도 했어요. 탁 트인 풍경이 주는 에너지는 밀도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요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바닷가를 따라 러닝을 즐긴 팀원도 있었어요. 아침에 일어나 몸과 마음을 스트레칭한 후 원하는 곳으로 출근한 거죠.
워케이션 3일 차에 팀원들에게 소감을 물었어요.
Miller : 일과 휴식을 함께하느라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아쉬워요. 그만큼 새로운 곳에서 팀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좋습니다.
Ian : 빡빡한 일정이지만 여행지에서 느끼는 좋은 긴장감이 있어요! 판교에서는 휴식을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데 제주에 오니까 노력하게 되네요. 결론적으로 Work와 Vacation을 다 누리고 있어 좋아요.
워케이션에서만
나눌 수 있는 이야기
일하고 노는 건 판교 오피스에서도 할 수 있죠. 워케이션에서만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딥톡 카드를 준비했어요. 커리어, 팀, 회사에 대한 고민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다양한 난이도의 질문 카드를 만들고 간단한 규칙과 진행자도 정했습니다.
워케이션이 무르익은 마지막 날 밤, 저녁 식사를 마치고 1시간 정도 딥톡 시간을 가졌습니다. 반응은 생각보다 뜨거웠어요. 팀원들이 어떤 사람이고, 지금 어떤 고민을 헤쳐 가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었거든요. 업무에 집중하느라 속 깊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게 아쉬웠는데, 워케이션이 아니었다면 들을 수 없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팀원들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어요.
Vivi : 업무 이외에 모두가 공감하고 기억하는 이야깃거리가 생겨서 정말 좋습니다. 팀원들을 가까이서 보니 ‘내가 정말 멋진 사람들과 일하고 있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어요. 워케이션 덕분입니다.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만큼
최선을 다해 쉬는 것도 중요하니까
4일 동안의 워케이션은 팀원들과 일곱 걸음 가까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만 보고 달려온 와중에 쉼표를 찍고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로 활용하기도 했고요.
일은 끝내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것. 워케이션은 일과 쉼의 생산성 모두 챙길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워케이션을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나 커뮤니케이션 팀에게 다시 물었어요. 워케이션은 만족스러웠나요?
Riley : 팀원들이랑 업무 외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제주에 다녀오고 나니 리프레시 된 느낌이라 당분간 파이팅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Pura : 새로운 업무 환경에 적응하는 게 낯설긴 했지만, 팀원들과 제주의 신선한 공기를 맡으며 일하니 힐링 그 자체였어요.
Sunny : 사람마다 집중이 잘 되는 공간은 다릅니다. 사방이 갇혀 있는 독서실, 조용한 카페, 혹은 적당한 소음이 있는 공간일 수도 있고요. 워케이션에서는 각자 집중할 수 있는 곳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 해방감이 느껴졌어요.
Vivi : 완료한 태스크 수만 비교하면 생산성은 판교가 더 높습니다. 그렇지만 ‘쉼’의 생산성을 보자면 제주가 훨씬 좋았어요. 판교에서는 일에 집중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몰입해서 일하고도 다 끝내지 못해 개운치 못한 마음으로 퇴근한 날들도 많았고요. 제주에서는 팀과 계획해둔 일정도 있고, 제주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아 의도적으로 멈춰야 했습니다. 판교에 돌아와서도 업무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 싶을 때 워케이션에서의 경험을 생각하며 브레이크를 걸고 있어요.
더 발전된 워케이션을 향해
워케이션을 무사히 떠나려면 회사의 전적인 지지와 지원, 동료 구르미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식비, 교통비, 숙박비 같은 비용적인 측면이나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업무 도구, 일하는 방식에 대한 모두의 합의 등 문화적인 측면도 갖춰져야 하죠. 반대로 워케이션을 떠난 구르미는 어디에 있든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요.
구름도 워케이션을 장기적인 기업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워케이션 제도를 만들려면 어떤 부분을 고민하고 보완하면 좋을까요?
Vivi(Communication Team Leader) : 단연 ‘회고’입니다. 베타 버전인 만큼 이번 워케이션을 직접 경험하고 온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워케이션 제도는 도입 장벽이 높아 실제 시행하고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아요. 우리는 이 장벽을 넘었으니, 이제부터는 구성원 몫인 것 같아요.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기반으로, 유지할 것과 새롭게 시도해볼 것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Sally(HR Leader) : 구름에서 ‘목동(우리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하는 HR은 TO-DO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워케이션 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구르미들이 워케이션을 통해 ‘휴식’과 ‘일의 성과’ 두 가지를 모두 진짜 얻고 있는가를 되짚어 보고, 두 가지 모두를 얻기 위해 진짜 필요한 TO-DO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시도해볼 예정입니다.
Wayne(CEO) : 지난 몇 달간 워케이션을 운영하면서 긍정적인 요소들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앞으로도 회사의 성장에 발맞춘 추가 지원과 장소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체계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오늘날 기업들에게는 속도가 생명이지만 다 함께 멀리 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건강한 에너지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보약 같은 구름만의 특별한 복지 제도가 될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고 개선해나가겠습니다.
앞으로 구름 워케이션 제도는 몇 번의 리뉴얼을 거쳐 다른 거점으로도 확대할 예정이에요. 아직 베타 버전이지만, 워케이션에 다녀온 모든 구르미가 다시 떠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리프레쉬가 된 건 확실합니다.
Edit Sunny Design Lily